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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백구두

090502




09년 05월 02일

할아버지의 기일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차려입고 엄마와 함께 할머니를 모시러 갔다.
거동도 불편하신데다 요즘은 이래저래 안좋으셔서
그렇게 기억력 좋으시던 분이 몇번이고 어딜 가는지 물으셨다.

아빠 엄마 맞벌이 하시는 탓에
나는 유아기를 외갓집에서 자랐다.
호랑이눈썹을 가지신 할아버지는 내게 아빠만큼 큰 존재였다.
항상 멋진 페도라에 흰구두를 반짝거리게 닦아 신으실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하셨다.
할아버지의 책상은 언제나 눈이 부셨다.
날짜별로 정리해 놓으신 영수증
벽에 깨끗하게 청소해 걸어 놓으셨던 펜탁스
내가 어릴적 부터 만들어 선물했던 카네이션을
나란히 세워놓으신 액자 앞에 진열해 놓으셨다.
대학생이 되고 연락이 뜸해지신 나에게
'잘 지내느냐. 언제나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며
문자를 보내 주시기도 하셨고
백구두라는 아이디로 메일도 써 주셨다.

할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시기 9년전에 담배를 끊으셨다.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할아버지의 트레이드마크.
그런 할아버지께서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은 나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내겐 평생이 커다란 존재였던 분.
때론 따뜻하고 때론 엄하고 때론 멋지셨던
누구보다도 존경하고 사랑했던 할아버지.
병원에 계시는 동안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시고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할아버지의 기일을 맞아 메모리얼파크로 향했다.
이제는 사진을 보며 안부를 묻는것이 당연해졌다.
항상 이때가 되면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내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다.
세상이 끝날것 처럼 무너지는 기분이었는데
이제는 뵙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사람이라는게 참.
어버이날 겸해서 카네이션을 드리고
마음을 다해 기도했다.
(평소 교회 잘 다니지도 않지만)
주님곁에서 행복한 날들만 가득하시라고.

보고싶다.
너무너무.

'여보 사랑합니다. 하늘나라에서 예수님 사랑 받고 행복하세요.'
할머니 께서 쓰신 편지와 카네이션.
기도하는 할머니와 엄마.




이글루스 가든 - 매일 매일 한 편의 글쓰기.

by HyoMiNam | 2009/05/17 00:31 | Ordinary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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