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3월 01일
워낭소리.
저번주 주말에 부모님께선 영화보고 오신다고 하시곤
눈이 퉁퉁 부어 집에 오셨다.
워낭소리라는 영화를 보고 오셨단다.
오늘 우연히 그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부모님 특히 아버지께서 그렇게 울고 들어오셨던 이유를 알겠더라.
내용은 어릴적 소아마비에 걸려 한쪽 다리를 못 쓰시는 할아버지께서
평생을 함께해온 소 한마리와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나의 돌아가신 할아버지 역시 어릴적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를 쓰실 수 없었다.
경상북도 예천 (영화에 나오는 배경은 경북 봉화).
할아버지 곁에도 늙은 소 한마리가 있었다.
아침 일찍 아궁이에 불을 때고 소죽을 끓여 먹이셨다.
여름에는 한 걸음 떼기도 힘든 몸으로 몇시간씩 다니시면 꼴을베어다 놓으셨고
수시로 외양간을 들락 거리며 쓰다듬어 주셨었다.
소죽 끓이는 쾨쾨한 냄새.
구수하고 무뚝뚝한 경상도 사투리.
젖먹이 송아지의 칭얼거리는 울음소리.
그리고 회색눈을 가진 할아버지.
영원히 변할 것 같지 않은 풍경들은 이미 다 사라졌고
나는 그동안 잊고 지내왔었다.
소름돋을 정도로 나의 할아버지를 생각했던 이 영화.


(90년 설날, 8살 Hyo와 할아버지)
이글루스 가든 - 매일 매일 한 편의 글쓰기.
# by | 2009/03/01 21:56 | Ordinary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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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플롯과 너무도 닮아 있는 분을 떠올릴 수밖에 없으셨을 듯...
그것도 잠시가 아니라,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Hyo님은 예나, 지금이나 무척 단정하신 분 같아요.
저 두 손을 앞으로 얌전하게 모으고 있는 단정한 자태란... ^^
저희 할아버지께서 조금 더 작고 외소하셨다는 점을 빼곤
목소리 까지도 닮아서 정말 착각할 정도였으니까요.
단정하게 봐주시니 감사해요!!
사실 전 엄청 왈가닥에 돌아이 소리 듣는데ㅠㅠ
아주 가슴 뭉클한 영화라 생각이 들구요
할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저로서는
그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대충 짐작이 간답니다
그 아름다움
인간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원히 변할 것 같지 않은 풍경들은 이미 다 사라졌고
나는 그동안 잊고 지내왔었다."라는 말에 너무나 공감이 가기에
몇자 적어 봅니다.
풀뜯어 소먹이는게 너무 기대됐었지요.
고지식한 집안이라 '계집애'여서 이쁨도 잘 못받았는데
할아버지께선 언제나 절 무릎에 앉혀주셨었어요.
정말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계실 것 같았는데
입시 치루고 대학가서 술먹고 하다보니 그 분은 계시질 않았어요.
어린시절 순수하고 맑은 추억을 주셨던 소중한 분이예요.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기억이 있는 제가 부럽다구요.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지금은 때묻은 어른이 되어버렸답니다 흑흑
몇년 전에 예천 내려갔을 때 아직도 소를 이용해 밭을 가는 분이 보여서 깜짝 놀랐었는데...
지금은 없겠지요.
정겨운 풍경들은 시간속으로 자꾸 숨어버리네요.